집장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전통 발효장된장, 간장, 고추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입니다.
그런데 옛사람들이 먹었던 장 가운데는 지금은 이름조차 낯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장입니다.
처음 집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집에서 담근 장을 그렇게 부르는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하지만 집장은 단순히 집에서 만든 장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었던 전통 장의 한 종류입니다.

집장은 어떤 장일까?
집장은 한자로 즙장(汁醬)이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인 된장과 마찬가지로 발효를 이용하지만 만드는 재료와 숙성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옛 조리법을 살펴보면 집장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만들어진 음식도 아닙니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콩뿐 아니라 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활용했고, 가지나 오이 등의 채소를 함께 넣는 방식도 전해집니다.
특히 집장의 흥미로운 특징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만들어 먹는 장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장과 구분해 속성장의 하나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장이 떨어지면 마트에서 하나 사 오면 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를 생각하면 집장이 왜 필요했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빨리 익히는 장을 만들었을까?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메주를 만들고 발효시킨 뒤 장을 담그고 다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먹던 장은 떨어져 가는데 새로 담근 장이 아직 충분히 익지 않았다면 곤란했을 겁니다.
매일 먹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이 필요했습니다.
집장을 살펴보면 발효음식이 단순히 오래 보관하기 위한 음식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맞춰 발효되는 속도와 방법까지 활용했습니다.
냉장고도 발효기도 없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자연을 발효 도구로 이용했던 사람들
옛사람들에게는 버튼 하나로 온도를 조절하는 발효기가 없었습니다.
대신 계절과 주변 환경을 이용했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발효를 돕고 재료의 상태를 직접 살피면서 장이 익어가는 정도를 판단했습니다.
오늘날처럼 정확한 온도를 숫자로 확인하지 못해도 오랜 경험을 통해 적절한 환경을 찾아낸 것입니다.
지역마다 집장을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달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과 채소가 다른 지역에서는 귀할 수 있습니다. 기온과 습도도 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재료와 숙성 방법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집장은 하나의 조리법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지역의 식재료와 생활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발효음식으로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집장이 낯선 음식이 된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 먹었던 집장을 지금은 왜 거의 볼 수 없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우리의 식생활입니다.
된장과 고추장 같은 장류를 일 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고 냉장고 덕분에 보관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집에서 직접 장을 담그는 가정도 예전보다 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짧은 기간에 별도의 장을 만들어 먹어야 할 필요성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장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우리의 일상적인 식탁에서 멀어진 전통 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오래된 장 한 그릇에 담긴 생활의 지혜
집장을 알고 나면 한국의 장 문화가 된장, 간장, 고추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옛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곡물과 채소를 이용하고 계절과 온도를 살피면서 필요한 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소박한 방법이지만 그 안에는 오랫동안 축적된 발효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앞으로도 이렇게 이름조차 생소해진 한국의 전통 발효음식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합니다.
유명한 음식의 효능을 반복하기보다는 왜 이런 음식이 생겼는지, 어떻게 발효했는지, 그리고 왜 우리 식탁에서 멀어졌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집장만큼 이름이 낯선 ‘토장’입니다. 된장과 비슷해 보이는 토장이 왜 따로 불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글 내부링크 추천
- 토장이란? 된장과 다른 한국의 옛 장
- 막장이란? 이름에 숨겨진 전통 장 이야기
- 메주는 어떻게 발효될까? 옛 장맛의 시작